[서정詩] 밤새도록 비가 내린다
운영자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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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비가 내린다 / 金然正
비가 나의 잠을 기다리는가
내가 비의 끝자락을 기다리는가
반짝이는 별빛들을 냉정히 가리운 채
밤이 주는 모든 정겨움을 가두어 버리고
그 무슨 설움이 그리도 맺혔기에
밤새도록 비가 내린다
그러면
나는 창밖
끝을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어둠의 계곡을 지나고
지나온 세월을 거슬러 날아가
어느 한 소년의 때
여전히 볼이 아름다웠던 홍안의 시절
이름도 모를 한 냇가에 서서
불어 오르는 물살에
건너기를 주저하며
초조히 바라만 보았었던
징검다리 앞에 서 있다
비는 추억을 안고 내리는 것이 틀림없다
이 밤의 빗소리는 낯설지 않아
소싯적 낯익던 소리들로
나를 데리고 가서...,
꿈을 꾸는가
툇마루에 누우면
정원의 꽃잎들을 두드리던 빗소리로
처마를 타고 떨어지던 빗소리로
빗물 받는 양동이마다 채워대는 빗소리로
이 밤도 내 가슴을 토닥거리며
추억의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다
비는 내리고 또 내리고
하염없이 내리고
불빛은 하나 둘 꺼져 가는데
추억을 부르며 비가 내린다
밤새도록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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