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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김영근 안수집사 - 쉴 구멍, 숨을 구멍
운영자 2019-01-15 추천 2 댓글 0 조회 2643

수필김영근 안수집사 - 쉴 구멍, 숨을 구멍

 

 

1달 반, 2.

늘 망설임에 갈등을 겪는 것이 있습니다.

머리 자르고, 염색하는 일입니다. 머리 자르려면 염색한 것이 아깝고, 염색할 때 되면 머리 더 자란 다음에 깎아야 한다는 갈등을 가끔씩 하곤 합니다.

 

젊었을 때부터 흰 머리칼이 많았지만, 염색을 하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나름 멋짐(?)도 있었는 듯, 우리 딸아이 휴대폰에는 아직도 제 닉네임을 회색머리 시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머리를 염색하는 것은 남을 위함이라 여기고, 50대 초반까지도 백발로 다녔습니다. 염색하면 죽는 줄 알고 그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직장에서 눈치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는 저를 지칭하며 염색하라, 그렇지 않으면 집에 가라고 농담이지만 엄포를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머리 염색을 시작했습니다. 한번 염색을 하면 3주 정도, 그 머리에 추가로 부분 염색을 하면 2주정도 더 버틸 수 있습니다. 번거로웠지만, 매번 밖에서 하고 오라 잔소리하면서도 결국 염색을 해주는 제 아내의 보살핌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염색약 바르고 기다릴 때의 제 모습, 정말 흉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입니다. 때문에 제 아내에 대한 감사가 큽니다.

 

어제였습니다. 아내와 함께 건강검진을 받고 오는 길에 아내와 같이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아직 머리에 염색기는 조금 남아있지만. 다음 주 중요한 미팅이 여러 개 잡혀 있었고, 그날 시간적 여유가 있어 머리를 깎기로 한 것입니다.

 

보스 미용실

시흥 사거리에서 금천구청역 가는 초입에 있는 작은 미용실입니다. 제가 자주 이용하는, 아내에게 가격과 실력을 검증받은 곳이었습니다. 제 머리를 깎으면서 그 미용실 실장님은 제 아내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제 머리를 자르면서 몇 차례 대화를 나눈, 산돌중앙교회 소식을 주고받는 사이였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 산돌중앙교회 다녀왔습니다.”

그래요? 떡과 선물도 받아오셨어요?”

. 예배드리고, 찬양단 찬양 듣고, 떡과 선물 받아가지고 왔습니다.”

, 잘하셨습니다.”

. 자리가 없어 3층에서 있었는데, 이번에도 굉장히 편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반 교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교회이면서 성당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이번이 두 번 째 방문이시지요.”

. 그래요. 목사님 뵌 후 두 번째예요.”

, 그 목사님 작년에 담임목사님으로 위촉 받으셨어요. 알고 계셨어요?”

아니요, 한 달에 한 번씩 머리 자르러 오시는데, 그런 말씀 없으셨어요. 아직도 선교지에서 방금 돌아오신 패기에 차고, 선하고, 권위 없는 편안한 목사님이라는 느낌이 드는 분이에요.”

,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지역과 네팔 카투만두 지역에서 선교사로 계시던 목사님이세요.”

그 말씀은 해주셨어요. 타 문화 타 종족에게 몸소 복음 전파하는 것이 선교라구요. 저번엔 사모님께서 함께 오셔서 자세히 말씀해주셨어요.”

아직도 교회 나오란 이야기 안하셔요?”

. 제가 교회 나갈 수 있을 때 나가겠다고 드린 말씀대로 그 후 한 번도 교회 나오란 말씀은 없으셨어요,”

 

이미 어느 정도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제 머리 깎을 때만 조우가 가능한 미용실 실장님과 아내의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실장님께서 지난 성탄절에 우리 산돌중앙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첫 번째 방문은 목사님과의 약속으로 방문하였고, 이번이 두 번째였던 것입니다.

 

살다보면 숨을 구멍, 쉴 구멍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날도 어딘가에서 쉬고 싶고 위로 받고 싶었을 거예요. 종교의 역할 중 하나겠지요. 저는 등산을 자주 다녔기 때문에 산중의 절도 매우 익숙해요. 지금도 가끔씩 금강경을 읽곤 해요. 그때도 쉼을 얻고 위로를 얻을 수 있어요.”

그러시군요. 쉴 곳, 숨을 곳으로 산돌중앙교회는 참 좋은 곳이에요. 필요하실 때 찾아주시지요.”

오가면서 산돌중앙교회 하얀 첨탑을 바라보면 늘 편안한 느낌을 받았어요. ‘저 교회 들어가는 입구는 어딜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러다 그 목사님께서 이곳을 찾아 주시면서 더 친밀감을 느끼는 교회가 되었어요.”

산돌중앙교회 참 좋은 교회에요. 선하고 겸손한 목회자님들이 계신 교회에요. 지금의 담임목사님도 그러하시지만, 교회를 설립하시고 이제 은퇴하신 전임 목사님은 더 훌륭한 분이세요.”

목사님들도 은퇴를 하셔요?”

네 목사님들도 일정한 연령이 되시면 은퇴를 하셔야 해요. 더 중요한 것은 그 어려운 절차를 아무런 잡음 없이 산돌중앙교회가 해냈다는 거예요. 온전히, 아무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으시고 후임 목사님께 전권을 위임하신 전임 목사님이 그래서 더 존경받으셔요.”

 

괜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실장님이 저의 머리를 제대로 깎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머리를 깎을 때마다 늘 느꼈지만, 이번에도 제 못난 모습을 그래도 나아 보이게 머리를 깎아 주셨습니다.

돌아가신 제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이발소에서 머리 깎고 가면 머리 또 꽹매기 채 같이 깎고 왔다고 놀리시던 모습하고는 다른, 나름 괜찮은 모습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집에 온 후, 이번에도 늘 하던 잔소리하면서 염색을 해준 아내에게서 벗어나 머리 감을 때까지의 시간에 잠시 보스 미용실의 그 여자 실장님을 떠올렸습니다.

쉴 구멍, 숨을 구멍.’

저를 포함한 누구에게나 쉴 구멍, 숨을 구멍 하나씩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공간이 교회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쉴 곳과 숨을 구멍은 편안해야 합니다. 시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시기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고 편 가르지 않아야 합니다. 왕따 시키지 않고, 쌈박질하고 밖으로 나갔을 지라도 남아있는 사람들 흉보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이 장학금 주어야 한다고 이치에 맞지 않게 고집부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곳이 편안한 곳입니다. 이치대로, 성경대로 이루어지는 시끄럽지 않은 공간이 쉬고 싶고 숨고 싶은 편안한 공간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산돌중앙교회는 그러한 조건을 다 갖춘 곳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저희 교회에 적을 두지 않으신 분들도 그리 여기시기에 더욱 더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사님께 교회에서 뵙더라도 아는 척 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희도 보스 미용실 실장님께서 우리 교회를 나오실 때 굳이 아는 척 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보스 미용실과 실장님을 위해 기도할 필요가 있다 여겨집니다. 그분의 진정한 쉼과 숨을 구멍으로 산돌중앙교회를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진정으로 우리 교회의 일원일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창조주를 경외하는 예배시간 마다 목사님 아는 척 할 수 있도록 기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진정 많은 분들이 쉼과 숨을 구멍으로 우리 산돌중앙교회를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그리 되도록 기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리 깎을 때마다 늘 동행하여 주고, 그 번거로운 염색을 사랑으로 해준 제 아내에게 이 지면을 통하여 감사함을 표합니다. 더욱 더 마지막으로, 보스 미용실 실장님께서 하신 말씀 전합니다.

 

목사님 참 잘 생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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