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詩

  • 예배와 말씀 >
  • 담임목사 칼럼/詩
[담임목사 간증] 다시금 시작된 새 봄
운영자 2021-04-20 추천 1 댓글 0 조회 896

뒤 늦게 벚꽃 구경을 하였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다. 바람이 불면 꽃비가 내렸다. 나도 아내도 소원을 풀었다.

 

서울은 평년보다 일찍 벚꽃이 피었고, 바쁜 일정을 마치면 벚꽃을 보려가려고 아내와 약속을 했었는데...., 아뿔사! 벚꽃구경을 가기 바로 전날,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면서 벚꽃은 다 떨어졌다. 나들이 꿈도 그렇게 사라졌다. 많이 아쉽지만 포기했다. “내년이 있는데 뭐!”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하였다. 그리고 다시금 바쁜 목양사역으로 생각은 원위치가 되었다.

지난 토요일까지 11일 동안 세분의 교우 가족이 소천하면서 장례식으로 많이 바빴다. 정성을 다해 천국환송식을 치루고 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며 지난 토요일에 모든 장례식을 마쳤다.

주일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이 되어, 수술하기로 예정된 날이기에, 아침 7시 천안 단국대학 부속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두 달이 지나도록 쉰 목소리가 가시지를 않고 더욱이 지지난 주일에는 저음의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고, 성대가 아프기까지 했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후두부분이 의심스럽다며 내시경으로 성대까지 살펴 본 후에 말해 주었다. 후두(성대)부분에 폴립(물혹)이 있다고, 폴립이 성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설명을 듣는 중에 마음에는 저항이 일었다.

또 다시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고? ~! 정말 싫은데.....!”

일전에 전신마취하고 수술 후 깨어날 때 많이 근육이 오그라들어 힘들었던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의사선생님이 수술 할 병원을 소개해 주었다. 성대에 생긴 폴립제거 수술은 그 분야에 전문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하여 두 곳 병원을 소개해 주었다. 한 병원은 진료/검사만을 위하여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또 한 병원은 다음 날 진료를 볼 수 있었는데, 언제 수술이 가능한지 날짜를 예약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은 노회가 우리교회에서 있으니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아내의 조언대로 조선생님이 소개해주는 의사를 통해 수술을 받기로 했다. 알아보니 그러려면 2주를 기다려야만 했다. 당장 목이 불편한 나로서는 나에게는 긴 시간이다.

2주를 남겨두고 아내는 작정 기도를 시작했다. 밤이면 잠든 내 곁에 와서 목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하나님 성대에 있는 폴립이 자연적으로 사라지게 해 주세요. 그러므로 수술하지 않고 낫게 해 주세요.” 였다.

 

한편 당사자인 나는 기도를 하는 동안, 목이 쉬고 쉽게 회복이 안 되고 음성이 불안하고 잘 나오지 않는 이유가 그 폴립 때문이라면 그 원인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원인을 알았으니 폴립제거 수술을 하면 치유될 것이니, 그렇다면 수술하기 전까지 목을 아끼기 보다는, 원래 하던 대로 목청 높여 강단설교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오늘 드디어 수술을 받기로 한 날자가 되어 아침 일찍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내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폴립이 없어져 수술하지 않게 해달라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부탁을 했었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하나님께 기도를 했다. 그러나 아내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좀 느낌이 달랐던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지난 수요일 밤 예배를 집례 할 때부터 느낀 것이었다. 목소리가 많이 좋아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찬송을 힘차게 불러보았다. 느낌이 좋았다. 집에 와서 소리를 내어보니 목이 전혀 쉬지 않았다. 뭔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기는 했다.

 

그리고 토요일 새벽 자녀와 함께 하는 특별새벽기도회에서 말씀을 하고 찬송을 부를 때에도 확실히 좋아졌음을 느꼈다. 이는 어제 주일예배시간에도 이어졌다. 1부와 2부예배도 음성에 무리가 없었다. 3부 예배 시간에도 그러했다. 나는 말씀 후 찬송을 부를 때에도 그리고 성도들을 위한 치유와 회복의 기도를 드릴 때에도 전과 같이 쩌렁 쩌렁한 목소리로 목청껏 큰 소리로 기도를 드렸다.

 

오후 3시예배도 마찬가지로 큰 소리로 말씀과 찬양을 드렸다. 그 모습을 보는 아내는 내가 안쓰러웠다고 했다. “왜 저렇게까지 큰 소리를 내야만 하는가? 꼭 그래야 하는가? 왜 자기 몸을 돌보지 않는가? 정작 성도들은 담임목사님이 어떤 상황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그래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생각이 성도들을 위해서는 저렇게 간절히 기도를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성대에 문제가 있어 내일 아침 수술을 받으러 가야 하니, "이게 말이 되는가? 뭔가 맞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에 너무 마음이 힘들어 절로 기도가 나왔다고 했다.

하나님 그 폴립이 사라져서 수술을 하지 않는 기적을 베풀어 주세요. 그래야 김목사가 아픈 성도들을 위해 더 힘 있게, 더 확신을 가지고 기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주저함도 없이 말씀도 큰 소리로, 찬송도 큰소리로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 계속 눈물을 흘렀다고 했다.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입을 벌려 보라고 하고 내시경을 입안으로 넣었다. 곁에서 보호자인 아내가 긴장을 하며 같이 화면에 나타나는 내 후두부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어디에도 그 폴립이 없는 것이었다. 아내의 눈이 똥그래졌다.

의사선생님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정밀검사가 필요합니다. 밖에 나가서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 방에 있는 의사분이 정밀 검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일어나서 나오는데, 아내가 나에게 작은 소리고 말을 했다. “안보여! 혹이 안보여! 연정씨!”

 

잠깐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또 다른 의사선생님 앞에서 시키는 대로 입을 벌렸고 그가 내 혀를 손으로 잡아당기고 내시경 봉을 내 입안 깊숙이 넣었다. 그 상태에서 ~!’ 소리를 내라고 했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했다.

이곳에 혹을 제거하려고 온 것 아닙니까?” 아내가 옆에 서 있다가 대답했다. “, 맞아요.”

그런데 혹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상하네요. 좀 기다리십시오.” 그가 일어나 진료 책임자인 우선생님 방으로 들어갔다.

 

앞서 진료를 본 우 선생님이 나와서 녹화로 기록한 화면을 다시금 찬찬히 살폈다. 그가 확신을 했는지 말했다.

혹이 없어 졌습니다.”

그의 말에 제 아내가 놀라며 감정이 복 받쳤는지 말을 하지 못한채 눈가에는 그저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의사분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있었던 혹이 없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까?"

그가 대답을 주저했다. 혹이 정말 있었는가를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제게 사진이 있습니다.” 그가 보여주기를 기다렸다. 스마트 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었다.

유심히 그 사진을 살펴보던 그의 눈이, 당신들이 직접 검사하여 기록한 화면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이 자리에 혹이 있어야 하는데...., 그 혹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까?” 내가 다시금 묻자 그가 말했다.

운이 좋으십니다. 확실합니다. 혹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감동에 젖은 아내가 그 의사선생님께 말을 했다. “기도했어요. 기도를 아주 많이 했어요. 하나님께서 그 혹을 없애주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의사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12일로 수술을 준비하고 오라하여 준비하여 갔지만 오늘의 진료와 검사는 그것으로 끝났다.

 

병원에서 나오니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좋았다.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가 샘물처럼 콸콸 솟구쳐 올라오는 것 같았다. 막 수술을 마친 조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간단히 경과를 설명했다. 저편에서 놀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나와 주었다. 병원 현관 앞에서 반가운 얼굴로 만났다.

! 그럴 수도 있군요.”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많이 사랑하시니 그런 일이 일어났군요. 축하드립니다.”

 

나는 차를 몰았다. 북쪽으로,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곳은 기온이 아직도 차서 이제 서야 벚꽃이 제철을 만나 만개하기 시작하였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곁에 앉아 있는 아내가 감격에 겨워 수술이 있음을 알고 염려하며 기도하고 있는 어머님과 아들에게 그리고 한 권사님과 자매, 그리고 조선생님의 부인인 박 교수님에게 수술이 필요 없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같은 말이 계속 반복되었다. 아내의 말을 듣는 내 마음도 울컥 울컥 감정이 동요되었다.

 

나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곁에 있는 아내가 어느새 깊은 잠에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 아내였다. 더욱이 어제 밤에는 더욱 더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나 보다 나를 더 염려해 주고 기도해 주는 사람! 특별히 최근에 와서 더....,

 

코로나의 상황가운데에서 지친 기색을 감추고, 목사는 성도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하면서...., 확진자가 늘어가는 가운데에서도 년초부터 대대적으로 시작된 교회 리모델링과, 무사히 마치고 새단장 감사축제, 예방이 더 요구되는 성찬식과 부활절, 이어 세 번이나 연속되는 교우가족들의 장례식....,

 

성대를 아껴 조심히 사용하라고 의사선생님은 조언을 하는데, 아랑곳하지 않은 채 큰 볼륨으로 말씀 전하고 찬송하는 남편의 모습에 심적으로도 육신적으로도 염려가 컸던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고 많이 고맙다.

 

파란 하늘가 바람이 불면,

벗으로 찾아온 벚꽃은 꽃비 되어 내린다.

긴긴 겨울을 이제야 마쳤는가!

휘익~! 휘익~! 불어오는 따스한 남풍에

다시금 새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깊어가는 봄밤에 잠을 잊고, 전능하신 님 손 위에 내 마음을 올려놓으며....,

2021.4.19.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서정詩] 봄날에 반하다 운영자 2021.04.26 0 856
다음글 [영성詩] 아버지의 아픈 사랑 운영자 2021.04.01 1 856

08610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75길 20 (시흥동, 산돌중앙교회) 산돌중앙교회 TEL : 02-803-1135 지도보기

Copyright © 산돌중앙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69
  • Total201,025
  • rss
  • facebook
  • facebook
  • 모바일웹지원